아이가 사립학교를 다닌 첫 주가 지났습니다.

공립학교 때보다도 알파벳을 쓰는 것이 더 정교해지는 연습을 하고, 알파벳 자체를 익히는 것 이상으로 "ㅌ" 발음이 나면 "t"를 적는 것은 물론이며, "y"에 무려 네가지의 발음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익히고 수시로 쪽지시험을 보는 어마어마한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부모가 선생님께 동의를 구하고 수업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서 학교에서 부모에게 권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기회를 엿보아 아이의 수업을 지켜보았고, 어마어마한 쇼크를 받았습니다.

일단 오전 시간에는 리딩, 읽기 수업에 중점을 맞추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과학, 수학 수업을 합니다. 아침에 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책상 서랍에 있는 빈 종이를 묶은 것을 Journal이라고 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거나 그리도록 합니다. 그 이후에는 종교 학교다 보니 성경구절을 읽고선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구체적인 공부나 설교가 아닌, "노아"이야기라면, 무지개를 그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종교수업이 끝납니다.

종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숨 고르기도 전에 선생님이 카펫이 깔린 곳으로 학생들을 불러서 자유롭게 앉게 한 다음 책을 읽어줍니다. 제가 참여한 날 읽었던 책은 "미운오리 새끼"였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미운오리 새끼에 대한 컬러링, 색칠공부를 합니다.
이후에는 어떤 날에는 단어 카드를 펼치며 Rigg 수업을 합니다. 들리는 소리에 맞춰서 알파벳을 읽고 쓰는 수업입니다. 또 어떤 날에는 미국 역사에 대해 책을 읽어줍니다.(이 때는 모든 아이들이 책상에서 뒹굴고 쓰러지고 난리입니다. 역시 국경을 불문하고 어린 시절에는 역사 수업이 흥미를 갖기엔 힘든 과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숨막히는 오전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는 점심식사를 한 뒤, 짧은 시간동안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을 줍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면서도, 내리쬐는 여름 더위에(라스베가스는 여전히 40도를 웃돕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헥헥 거립니다. 그리고 오후 수업이 시작이 됩니다.

제가 참여했던 날 과학 수업은 자석에 관한 수업이었습니다. 어떤 물체가 자석에 붙을지, 선생님은 클립, 펜, 나무자, 가위, 박스...등등 여러가지 물체를 들고선 아이들을 3-4명씩 묶은 뒤 실험을 하고 종이에 OX표시를 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어느 때보다도 왁자지껄 합니다.

이후에 수학 수업은 아이들에게 먼저 유인물을 나눠준 뒤, 4-5명씩 묶어 테이블로 불러서 보강하는 수업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을 통솔하는 것보다 일정수로 나뉘어서 가르치는 것이 더 집중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아이들마다 이해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학수업이 끝나면 책을 간단히 읽고, 학교가 마치기 전까지 약 20-30분 정도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찰흙놀이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데려오면 학교의 하루가 끝이 납니다.


저는 공립학교의 수업은 참관한 경험이 없어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수업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오로지 할 수 있는 말은 선생님들의 노고가 정말 대단하구나-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특별한 쉬는 시간이 없이 , 중간중간의 짬을 이용해서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가끔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들은 선생님께 손을 드는 것을 한참 고민하다가 겨우야 가는 모습도 보곤 했습니다.

또 놀란 점은 모든 아이들이 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지도 모르겠지만, 종교 수업 때 "노아"이야기를 들을 때 최근에 허리케인과 물난리가 일어난 텍사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 이 홍수는 지금 텍사스의 홍수와 같은 것인가요?"라는 질문은, 대체 부모가 어떤 환경을 조성하면 저런 질문과 토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립학교의 교육이 멋지면서도 굉장히 타이트해서 아이가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전의 학교보다 재미있다고 (아직까지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애니메이션과 유튜브 등에 노출되며 장난감을 갖고 놀기에만 바빴는데, 강제로 책상에 앉는 연습을 하게 된 것인지 아이는 계속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것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계속 돌며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저로서는 이것이 괜찮은 것인지 고민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키즈 컨텐츠로 된 만화와 교육 미디어를 보여준다고 해도 영상과 책을 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며, 기왕이면 아이가 좋은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마음은 여느 부모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학교 수업 참관을 통해서 발견한 문제점은 다른 것보다도 저희 아이는 리딩이 문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인지 못하는 잘못된 발음을 내면 어떡하나-고민을 했는데, 지금은 그것과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영상물을 많이 접했던 아이로서는 책이 가깝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재미있는 그림책 몇 권씩은 읽어주었지만, 이 학교에 오니 아이들이 긴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 역시 책을 소리내어 읽지는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책, 이야기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고 귀를 기울이며 들으려고 하는지-하는 것입니다. 내용이 조금만 심오해지고 길어지면 저희 아이는 이내 땅바닥에서 나홀로 체조를 시작합니다. 저는 아이가 리딩시간만 되면 유독 몸을 가누지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 이유로 첫 번째가 흥미가 없으며, 두 번째는 문장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즐기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계속 귀기울일 수 있고, 더 많은 문제와 이슈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책에서 한번이라도 들어본 단어나 문장이라면, 설령 뉴스에서 흘러가듯 나오는 "텍사스 허리케인, 홍수"에 대한 한 줄의 이야기라도 커다란 임팩트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그저 단순한 이야기의 애니메이션만 접했더라면 문장력과 단어력이 굉장히 제한적이라서 아이가 더 많은 이슈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혹은 제가 시간을 내어)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은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룡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있는 책을 가져오다가, 지금은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본 적이 있던 책의 시리즈를 들고 오거나,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책을 읽게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저에게도 더불어 과제이기도 하지만, 영어 말하기의 좋은 연습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공부하는 기술서를 읽는 것보다도, 아이의 책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읽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결론은 나라를 불문하고, 아이의 교육은 부모의 관심이고 노력이다, 이렇달까요. 다음에도 학교 이야기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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