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첫째는 열세 살의 중학생이다.
 
캘리포니아에 살았을 때, 6학년에 좋은 성적을 얻어서 7학년 때에는 accelerate 반으로 올라갔는데, 쪽지시험에서 번번이 계산에 실수를 해서 한 번을 제외하고는 B+, B를 성적을 얻었다. 어렸을 때부터 문제에 대한 이해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기만 했지, 계산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 결과, 여전히 자릿수가 많은 곱셈과 나눗셈 문제를 풀 때면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정확도도 썩 좋지 못하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 있는 동안 기탄 초등학생 과정부터 다시 풀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몇 권을 사들고 왔지만, 머리가 큰 아이를 초등학생처럼 앉혀두고 몇 장을 풀라고 하는 것은 썩 좋은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아이의 계산 결과는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다 맞을 것이 뻔했고, 정확도 외에도 분명 뭔가 부족한 어떤 점을 캐치해고 싶었다. 고등학생이 되기전에 이 부분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몬을 찾게 되었다.
 
어렸을 때 구몬의 친구 격인 눈높이를 풀었던 기억이 나서, 학습지 선생님이 문제지를 제공하면 그냥 꾸준히 반복해서 풀게 하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과정이든, 아이의 계산 정확도를 높이고 연산력이 개선된다면 목표는 달성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아이는 온라인으로 잡아둔 시간에 맞춰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평가시험을 치르러 갔다. 수학뿐 아니라, 외국인 부모가 가르칠 수 없는 영어 실력까지 볼 겸.
 
캘리포니아에서 CAASPP라는, 일년에 한 번 학기말에 치르는 시험만 하더라도 꽤 괜찮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부모가 영어를 원어민 부모처럼 가르칠 수는 없어도 책 읽기만큼은 꾸준히 하도록 강요했고, 지금은 책을 편식해서 읽지만 제법 어려운 책도 읽는 덕분에 리딩 지표도 괜찮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분명, 어느 근본이 개선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구몬 선생님은 그걸 알아낼까? 구몬은 도움이 될까?
두 과목의 시험이 끝나고 아이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게, 선생님이 5~10분 후에 오피스로 오라고 했다고 알려주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서도 구몬에 평가시험을 보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선생님은 학부모인 나를 앉혀두고, 아이가 어떤 부분이 약하다고, 그래서 구몬의 꾸준한 학습이 그 부분을 개선시켜줄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그때는 구몬을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 비싼 생활비 때문에 한 과목을 투자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구몬 선생님이 일본계 사람이었다면, 오스틴에서 만난 구몬 센터 선생님은 인도계 사람이셨다.(인도인인지 인도계 미국인인지 모르기 때문에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선생님처럼 내게 아이의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아이가 풀어낸 문제를 보여주며 설명할 줄 알았는데, 내게는 직접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아이가 푼 문제지를 보더니, "여기에는 어떻게 오게 됐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줘."라고 아이에게 직접 묻는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어리둥절해 있었더니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셨다, 너 accelerate 학급에 들어가 있냐면서. 아이는 풀이 죽어서 "지난 학년 때 accelerated 반에 들어갔지만 fail 했다며, 89%라는 점수로 B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텍사스로 와서 편성된 반이 accelerate 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반편성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는지 이야기를 선생님들께 여러 번 꺼내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물어야 할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를 꺼내야 시험을 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며. 9학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다른 고등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부터 가능하다면 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아이가 풀었던 문제지를 보여주며(재작년만 하더라도 종이로 풀었는데, 이번에는 디지털로 풀어서 아이가 푼 흔적이 실시간으로 녹화되듯 replay 해서 볼 수 있었다), 아이가 개선해야 할 점을 일러주셨다.
 
1.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일부러 불필요한 시간과 과정을 들여서 푸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2. 숫자든 글자든, 잘 정돈되게 쓰여야 한다. 글씨는 곧 당신의 첫인상이고, 곧 얼굴이다.(비즈니스를 하러 온 사람이, 상황에 적재적소 하지 않게 우스꽝스럽거나 화려하게 입고 올 경우 그 사람의 외적인 모습에 어떤 인상을 남기겠는가?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3.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글씨든 말이든.
 
단순히 아이가 곱셈을 꼼꼼히 풀지 않는다는 것으로 타박했던 나와는 달리, 아이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콕찝어 일러주셨다.
그러면서 "저는 부족해서 기초부터 해야 해요"라는 식의 아이의 말에, 너 자신을 믿으면서 미래를 생각하며 더 나아가려고 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을 해주셨다.
 
구몬을 통해서 학습이 개선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겠지만, 아이의 저런 두서없고 큼직한 악필이나 급한 태도가 개선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나도 해왔던 부분이라, 그런 부분들이 개선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투자를 하고 지켜보면 되는 건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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