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IEP 리포트를 받은 아이를 둔 부모로서,
speech therapy를 우선으로 이어갈지,
아니면 어린이집(프리스쿨) 생활을 먼저 시작할지
고민했던 실제 경험과 선택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 캘리포니아에서 받은 IEP 리포트와 초기 스피치 수업

지난 5월에 오스틴 지역으로 이사를 오기 전, 캘리포니아 지역의 학교 교육청 산하에 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IEP 리포트를 받았다. 어린이집 스피치 선생님께서는 그 보고서를 가지고 새로운 지역 내에 있는 교육청에 컨택을 하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계속적으로 아이의 스피치 교육을 이어나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진행되기 전, 선생님께서는 "다음 학기부터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part time이라도 다녀보는 게 어떨까?"라며 이야기를 꺼낸 것이 시작이었다. 아이는 언어를 곧잘 수용하는데, 문제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삶 속에서 '규칙'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며 말씀을 하신 것이었다.

## 스피치 테라피 수업에서 아이가 보여준 변화

스피치 교육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는 책상에 앉는 것부터 배우는 데 일주일의 시간을 꼬박 써야 했다. 그 다음에는 선생님을 주목해서 보는 것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나 물건을 가져다 놓고, 단어와 표현을 익힐 때마다 일종의 보상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수업은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사설 스피치 테라피 수업에서도 놀이를 통해 표현을 익혔기 때문에, 칠판에 두고 그림을 맞추거나 책을 보며 따라 하는 방식이 추가적으로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얼추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는 가끔 수업이 끝나고 아이의 발음이 얼마나 명확해졌는지를 더 시간내어 나에게 보여주셨다. "world"라든가 "girl"처럼 r과 l이 붙어있는 어려운 발음도 아주 깔끔하게(미국인들이 내는 소리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보며, '아! 우리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는 아이는 아니었구나!'라며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 한국어 환경 속에서 보낸 두 달의 여름

첫 스피치 테라피 수업 학기가 끝난 이후 한동안 아이는 영어를 당장 쓸 일이 없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한국에 두 달간 다녀왔고, 그 두 달은 아이의 인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한국어가 가득한 환경"이었다. 두 달간 아이의 어휘를 더 늘리기 위해 한국에 있는 스피치 센터를 다녀볼까 생각해 봤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은 없었다. 오로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티비를 켜면 한국어로 된 만화나 어른들의 프로그램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 오스틴 이사 후, 어린이집 생활을 먼저 시작하다

 오스틴으로 이사를 온 뒤, 5월부터 컨택했던, 스쿨 디스트릭트의 스피치 선생님께 연락했다. 그 때에는 다시 스피치 수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그 사이에 한인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이집 생활이 보름정도 된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다. 아이가 한국어를 쓸 환경이기도 하면서도 영어를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인 점도 한몫했다. 오늘도 아이의 선생님께 아이가 영어를 배우고 따라 하려고 하는지 물었고,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참여도가 매우 좋고 알파벳을 모두 안다는 점, 언어를 곧잘 따라 한다는 점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쿨 디스트릭트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그에 대한 답변이 온 것이었다.

 

## 스쿨 디스트릭트에서 제안한 스피치 수업 조건

아이는 이미 pre-k3과정을 등록하기 위해 스쿨 디스트릭트 등록시스템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pre-k3 추첨에서 밀려나서 그런지, 이 과정들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학생의 수가 이미 가득찼는지, 집에서 조금 떨어진 초등학교에서 스피치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그 학교 내의 스피치 선생님을 연결해 주셨다. 그리고 그 수업은 주 5일 내내 매일마다 2시간씩 이뤄질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수업은 주 이틀, 두 시간이 아니었나요?" 질문을 했고, 지난 IEP report를 검토해 보니 아이는 주 5일 수업이 맞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말씀하셨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7시 반 혹은 아침 11시 반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피치 수업은 마치 프리스쿨처럼 여러 activity와 스낵 타임이 있을정도로 수업 구성이 다양했다. 만약 어린이집을 다니기 힘들거나 부담스럽고, 언어 교육이 필요한 가정이라면 이런 교육 시스템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사스 교육 환경의 장점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

 

## Speech Therapy와 어린이집을 병행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학교 speech 수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현재 어린이집에서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만약 학교 수업이 주 이틀이라면 아침 7시 반 수업에 두 번 참여해서, 열 시쯤 느즈막히라도 어린이집에 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주 5일 내내 참여하는 수업이라면 말이 다르지 않겠는가.
게다가 어린이집의 책을 읽거나 미술활동 및 어떤 활동 수업은 오전에 주로 이뤄지고 있었고, 오전 열시 이후에는 놀이터 시간과 점심시간, 낮잠시간과 및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의 오전 시간은 10분, 30분, 한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만 잘 보내면 "말을 구사하는 시간"으로써 충분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두 수업을 모두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7시 반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은 아이에게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국어와 영어가 공존하는 현재의 환경에서 더 적응하면서 친구와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구사하는 것만으로도 "또박또박 언어를 배우는 것"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중에 다시 스피치 선생님과 ECSE 선생님께 IEP 미팅 취소와 함께 이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려서 훗날 아이가 올바른 발음교정과 언어습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든 결정은 내려야 할 사안이라 온종일 세 잔의 커피로도 스트레스를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답은 정해져 있다. 이전의 스피치 클래스에서도 아이는 곧잘 따라가긴 했지만 수업에 겨우 앉아있던 그때보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보는 아이의 표정이 한결 더 밝고 매일 밤마다 아침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지금이 훨씬 즐거워 보인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 있어야 아이가 언어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첫째를 경험했기 때문에 잘 안다. 그저 순간의 '이렇게 그냥 둬도 괜찮을까'하는 마음이 뒤흔드는 모양이다. 나중에 언어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도움을 다시 받으면 되겠지.

선택을 순간 해야할 때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가치를 두고 판단하기보다는, 가늠할 수 있는 현재를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고 행동해도, 미래에는 그냥 그런 결과일 수 있다.  

 

speech therapy와 어린이집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이마다, 가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번 선택은 우리 아이의 ‘지금’을 기준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