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쯤부터, 아이의 행동이 다소 과격해졌다는 보고를 어린이집으로부터 받았다. 아이는 걸핏하면 장난감을 엎어버리거나 던졌고, 울고 떼쓰거나 돌발행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모두가 앉아서 책을 읽는 스토리타임 때에 아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앉아있는 자리를 이탈해서 돌발행동을 했다.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아이는 선생님과 걷는 시간, 분리가 되는 시간이 잦아졌다. 어쩌면 어느 순간 아이는 "당연히 난 저기에 참여하지 않을 거야."는 식으로 더 엇나가고 있던 것 같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진지하게 놀이치료를 권하셨다. 상황이 분명 최악이었으리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자폐 스펙트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에게는 이미 '언어지연'이라는 한 가지 발달지연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의 이 이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 이어서 적어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스피치 교육을 받다가 텍사스에 오게 되었을 무렵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텍사스에 오기 전, 캘리포니아에서 리저널 센터를 통해 스피치 테라피를 간 것은 분명 잘한 일이었다. 그 스피치 테라피 선생님들께서는 만 세 살이면 심리 상담을 통해 아이의 발달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실 만큼 신경을 써주셨고 여러모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미국인이었지만, 행정을 담당해 주시는 분과 원장? 선생님께서는 한국어를 구사하실 줄 아셨기 때문에 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긴급히 리저널 센터에 심리검사를 요청했고, 리저널센터의 연계가 끊기기 3-4일 전에서야 겨우 심리상담사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심리상담사는 수업에 가서 아이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방법을 통해서만 발달 검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의 스피치 테라피는 학교 교육청의 어린이집에 있는 스피치 선생님의 스피치 수업으로 전환이 되어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고, 학교 선생님께서는 심리상담사가 학교 교실에 오는 것을 거부하셨다. 본인이 보시기에 자폐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물론 그 전과 그 후의 스피치 선생님들께서도 학교 선생님처럼 말씀하셨다. 아이가 말이 느린 이유를 단순히 이중언어의 환경과 소통이 적은 상황(가족 외에는 말이 늘 수 없는 환경이라는 표현) 때문이지 않겠냐고 말이다.
마음이 참 갑갑했다. 왜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릴까. 자폐가 아닌 것 같지만 자폐는 "스펙트럼"이니까 언어라는 한 부분만 조금 늦게, 부족하게 발달할 수도 있다는 조언도 얻었다. 그래도 심리상담사에게 발달검사만 제대로 받고자 소아과 선생님께 지역 내에 있는 많은 곳에 레퍼럴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상담사들은 주기적으로 방문을 통해 테라피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면 검사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아이가 어떤지 슬쩍보면서 하는 검사"는 사실, 이전의 스피치 테라피 검사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주고 말을 걸며 행동을 살피고, 부모에게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의 상황과 근래에 이르기까지의 행동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방식. 그래서 캘리포니아에서의 검사는 포기하고, 텍사스에 정착했을 때 다시 검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사스에 오기 전에 나는 지역의 학교 교육청에 먼저 연락을 했었다.
이 지역에는 Pre-k3 라는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있었고, ECSE(Early Childhood Special Education)이라는 부서가 나뉘어 있었다.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부서와 클래스가 별도로 있다는 말. 한편으로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그에 맞춰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소리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때까지 살아온 다른 주들의 경우에는 캘리포니아처럼 학교 안에서 별도의 부서로 이루어지는 형태가 아닌 점에 의아했다.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동은, 일반 학생들과의 삶과 별도로 분리한다는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아이가 pre-k3 교육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아니면 별도의 평가를 통해서 진단이 내려지면 특수교육 쪽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의 학교 어린이집 스피치 선생님께서, 수업 시작 직전 가장 맨 처음에 작성해주셨던 IEP report를 첨부해서 선생님들께 메일을 보내드렸다. 나는 캘리포니아 때처럼 아이와 함께 인터뷰 및 발달 검사를 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 실망스러웠다. 그 리포트는 아이가 만 세살이 막 되어, 공교육의 도움을 받아 스피치 수업을 들으려고, 학부모와 교사 간 이야기를 나누며 작성되었던 가장 초안의 리포트였다. 그런데 6개월도 훨씬 지난 데다 스피치 교육이 한참 이루어진 이후였어도, 아이의 발달검사는커녕 새로운 리포트를 작성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초안으로 무작정 주 5일 ECSE에서의 어린이집 생활(하루에 3시간 정도)을 무작정 배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말에 익숙한 환경에서 아이의 언어를 계속 늘려나가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한국인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을 오게 된 것이었다. 어린이집에는 한국계, 한국인 아이들도 제법 있었지만, 아이들은 영어를 잘 받아들이거나 구사할 줄 알았다.
세살 반 무렵에 한국에서 막 건너와서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미국생활을 시작한 첫째 아이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에 아이가 영어를 따라하지 못하는 것에는 그리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발행동을 해서 매번 호출을 받게 되니, 아이가 수업을 잘 받고 있다며 사진이 업로드 되고 있지 않으면 '오늘도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는 생각에 나도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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