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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서야 말하는, 언어지연이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1)

지난해 10월 말쯤부터, 아이의 행동이 다소 과격해졌다는 보고를 어린이집으로부터 받았다. 아이는 걸핏하면 장난감을 엎어버리거나 던졌고, 울고 떼쓰거나 돌발행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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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위 글 이후부터 이어집니다.


 

아이가 어느 날부턴가 돌발행동을 시작했고, 집에 와서 아무리 일러주고 벌을 주며 가르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오늘은 별 일 없었어?"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오늘은 교실에서 뛰어다녔지만 별 일은 없었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희 아이가 그리 문제가 있진 않았어. 괜찮았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실에서 뛰어다닌 것도 잘한 행동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아이는 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을 무척 행복해 했다. 사진 속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웃고 있었고, 엄마인 나는 아이의 표정만 봐도 아이가 정말 행복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갔지만, 나올 때에는 한참 실랑이를 벌이며 "집에 가서 무슨무슨 놀이하고 놀자."라고 협상을 겨우겨우 해서야 데리고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선생님들께서 사랑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서 한껏 전달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가 이 어린이집에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즐거워해도 "오피셜하게만 대하는 듯한" 교육에 아이를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부모와 같은 애정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건 아는데, 단순히 교육에 그치지 않고 애정을 쏟아주는 곳을 발견했다면, 그곳을 놓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늘 '오늘은 별 일이 없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하교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고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많은 것을 배우며 나아질까, 계속 지나가는 시간이 약이기만을 바란 날도 있었다. 차라리 아프거나 졸려서 기운이 없는 날에는 차분하기라도 하니 별 일 없을 것 같다며 안심하기도 했다.



그러다 정말 이제는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보고를 받았고, 캘리포니아 때처럼 의사 선생님께 발달검사를 요청하게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상황을 포털 메세지로 적어 보냈고, 간호사가 "무슨 검사를 받고 싶은가요?"라며 다시 전화가 왔다.
의사도 레퍼럴을 써주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무작정 지역의 심리 상담가의 연락처를 모아둔 사이트에 우리의 정보를 넣었고, 사이트 담당자랄까- 그곳에서는 아이의 상황도 모르는데 "네가 찾는 의사와 닿게 해줄테니 연락처를 줄래?"라고만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해야 할 검사는 자폐검사인건지, 뭘 검사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캘리포니아에서 처럼 센터에서만 무작정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곳들만 가득해서 그저 '영업'처럼만 느껴졌다. 아이에게 맞는 놀이치료는 찾기가 힘들었고, 결국엔 이전처럼 똑같은 '스피치 테라피'와 비슷한 수업일 뿐이었다. 정 못찾으면 이전에 연락했던 ECSE에 연락해서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교육할 수 있는 다른 환경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곳저곳 찾아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 결정에는 첫째 아이의 킨더 경험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첫 주는 정말 힘들었다.
첫째날이 지나가자마자 아이는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고 떼썼다. 아무래도 이전 어린이집과 다르게 한국어를 쓰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아예 없으니까 더 답답했겠지. 그래도 아예 모르는 언어만 있는 곳에서 아기처럼 하나씩 배우는 게 나을지도 몰라-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그런 환경-초등학교-에서 살아가야 할테니까.

다만, 선생님도 우려섞인 말로 어떤 날은 "특별한 일 없었는데, (무슨 일 있냐고) 왜 물어?"라고 되려 묻기도 했다. 아이가 잘 보내고 있다는 말인지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지만, "아이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거지."라며 말을 정리하셨다. 그러다가도 "오늘은 아이가 말을 듣질 않았어."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기를 반복했다. 

 

텍사스에 한파가 불어닥치기 직전의 어느날, 오전에 먼저 계시는 선생님께서 "아이가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영어 문제인 것 같아서 네가 언어를 가르쳤으면 좋겠다. 아이는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하시는 말씀하셨다.
다음날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수업에 함께 참여하시되 더 늦게까지 계시는 선생님께 "어떤 영어를 가르치는게 좋겠냐"고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들으시고선 그 이전의 상황을 알려주셨다.

-아이가 점심을 먹고선 모두 스스로 자기 접시를 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clean up"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아이가 낮잠을 자고 스스로 이불을 정리하기 위해 "clean up" 을 지시하지만, 그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소그룹활동을 마치고 모두 자리에 앉기 위해 "clean up"을 지시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만 고집해서 그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이 이야기와 함께, 선생님은 "아이가 영어는 몰라도 옆에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며 말을 이해하고 있어. 예전보다 아이는 전체 그룹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전보다 좋아지고 있고 그는 충분히 똘똘해(smart)" 라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말씀하셨다. 다만 집에서 "스스로 정리"하는 교육은 함께 동참해주기를 요청했다. 아이가 "똘똘하다"는 말에 안심을 한 게 아니라, 아이가 큰 문제는 일으키는 건 아니라서 한숨 돌렸던 날이었다.

그리고 텍사스에 5-6년만에 한파가 찾아와서, 때아닌 긴 휴일을 맞이했다.

 


 

아이는 휴일이 길어지면서 무척 따분해했다. 분명 그 전까지만 했어도 집에서 형이 하는 게임을 보거나, 티비를 보면서 집 밖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휴교령 첫째날 "엄마 학교 가고 싶어" 라고 말을 했다.

 

가만히 지켜보니(생각해보니), 근래들어 아이의 언어 능력이 무척 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셋째만큼 유창하지 않았는데- 셋째는 '은, 는, 이, 가' 조사까지도 잘 붙여서 문장을 엄청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서 이야기한다.- 아이가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자기 생각을 언제부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도 채소 잘 먹을 수 있어요."
"엄마, 나는 밥 말고 피자 먹고 싶어요"

이 외에도 예전이라면 내가 하는 말에 무작정 싫다고 거절하고 거부하던 아이가, 지시를 따르며 "알았어요, 엄마."라며 수긍하고 있었다.
뭔가 사소한 걸 해주거나 씻겨줘도 "엄마 고마워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아!
이제 교육이 되는건가?

 

긴긴 휴일이 지나고, 아이는 새벽 네시부터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깨끗이 씻고 우유를 한 컵 마시고 싶다며 요청하는 말에 우유를 한잔 줬다. 매일 크록스만 고집하던 아이가 운동화를 찾아 신고 등교길에 나섰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옷을 사물함에 걸고, 이제는 선생님이 말씀하시기 전에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 "교실 규칙"을 스스로 실행했다.


아이를 데리러 갈 무렵에, 오전시간 선생님께서 기쁘게 내게 물으셨다.
"아이가 좀 변한 것 같지 않아? 난 그런 것 같은데. 전보다 훨씬 좋아졌어!"
나도 그런 것 같다고, 아이가 어린이집 오는 시간을 엄청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는 정말 따뜻한 아이야"라며 애정을 한껏 표현해 주셨다.


 

어쩌면 어떤 날은 아이가 또 말을 안들었다며 보고를 받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말이 늘었다고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유창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이는 교육되고 있는 중이며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큰 아이도 여전히 교육은 진행중이다. 
교육은 임신, 출산과 함께 계속, 평생 따라다닌다. 그래서 "문제 해결!"이라고 외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점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고, 나는 부모로서 방향과 방법을 찾아줘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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