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아카데믹한 성취보다 '앉아있는 습관'과 '부모와의 교감'을 목표로 시작한 홈스쿨링 기록입니다.
수학, 한국어, 어휘 카드를 활용한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공유합니다.

 

미국에서 언어 지연이 있는 아이를 키우며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학업성취'가 아닌 '인내심과 태도'입니다. 아카데믹한 성취보다 부모와의 교감, 그리고 10분이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학습 기록을 공유합니다. 기탄 국어부터 어휘 카드까지, 스피치 테라피에서 얻은 팁을 통해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홈스쿨링 방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기초부터 탄탄하게, 수학적 사고와 쓰기 습관

결과보다 과정, '또박또박 쓰기'의 중요성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스펙트럼 K 문제집은 무척 쉬웠다. 킨더 수준의 수학문제집은 그리 어렵지 않은 덧셈과 뺄셈이 가장 마지막에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미 천의 자리까지 읽고 받아 올림이 있는 덧셈을 스스로 파악했고, 곱셈과 나눗셈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생각은 없다. 0부터 숫자를 또박또박 쓰는 것이 이 학습의 방향이다.

언어지연 아이를 위한 홈스쿨링 어휘카드

### 미국에서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는 '기탄 국어' 활용법

미국 거주 자녀의 한국어 유지를 위한 '그림+문장' 연상법.

사진에 있는 기탄 국어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번 "읽히고 쓰게"했던 문제집이었다. 한국어만 쓰는 가정이라 한국어가 노출은 되어있지만, 주변에서 한국어로 된 간판을 읽을 일도 없고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눌일이 없어서, 미국에 있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어떻게든 최소한이나마 한국어를 읽히고 어휘를 구사하게 한 덕분에, 첫째 아이는 작년 연말 텍사스 주의 제2외국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 점수는 고등학교 학점에 반영하여 졸업학점을 이미 이수했고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랬던 첫째 아이조차도 저 기탄 학습지는 꼼꼼하게 끝내지 못했다.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겨우 자음을 쓰기 시작한 둘째에게, 한국어 학습의 즐거움을 떨어뜨릴 마음은 없다. 대신에 기탄의 장점인 "그림+문장"학습지 디자인을 이용해서, 그림을 보고 문장과 단어를 연상한 이후에, 다시 또박또박 가르쳐주며 말을 따라하게 하는 학습을 시작했다. 그림과 글씨를 보여주며 따라 하는 이 학습 방식은, 지난해 초 학교 스피치 교육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교육방식에 대한 내용은 다음 '어휘카드' 공부 방법에 더 상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 실생활 표현을 익히는 어휘 카드와 언어 확장 전략

아마존에 보면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어휘카드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 어휘카드의 좋은 점은 "실생활에 유용한 표현"을 그림과 짤막한 구절로 묶어서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Have a snack 스낵을 먹다
get dressed 옷을 입다
wash hands 손을 씻다
turn off light 불을 끄다
brush hair 머리를 빗다
clean up 정리하다
play outside 밖에서 놀다
put shoes on 신발을 신다

 

이런 것들을 그림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국어로 알려주고 영어로 끊어가며 또박또박 읽은 뒤, 한 구절로 따라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는 이러했다. 3살이 되기전에는 up과 down을 가르치는데 한 달이 걸렸고 3살 이후부터는 동사나 명사를 하나씩 배워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을 겨우 깨우친 것(스스로 할 수는 없음) 6개월이 걸렸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he, she, the dog... 이런 식으로 "주어"의 개념을 가르치고, ride, read, eat와 같은 행동 표현을 배운 뒤, bike, book과 같은 사물 단어도 배웠다. 그 결과 she rides a bike. 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얘기이다. 


모든 단어를 입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말을 알아듣기까지가 먼저 어렵고, 따라하게 하는 것이 어렵고, 스스로 그림을 보며 단어를 하나라도 연상해서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 그다음으로 어려웠다. 아직 아이는 문장을 꾸미는 형용사나 부사는 아주 조금만 쓸 줄 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로 학습을 했는데 한국어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서 계속 반복을 하며 아이의 표현을 끌어올린 뒤, 파닉스를 익혔을 무렵부터는 글씨를 스스로 조금씩 읽게하는 것이 목표다.

 

### 또박또박 쓰기

마치 손가락을 끼워넣을 보조장치가 있는 젓가락이 있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연필에 고무로 된 보조장치를 끼워야만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있다. 첫째 때 이 교육을 특별히 하지 않고 언젠가 제대로 하겠거니 방치를 했는데, 나중에는 자기 고집이 세져서 글씨가 좀처럼 작아지지도 않고 엉망이라 오랜 시간 동안 곤혹스러웠다(나만). 둘째는 지금부터 그 습관을 제대로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칸짜리 공책에 자음을, 알파벳을 크게 "순서대로" 쓰는 것이 이 쓰기 학습의 목표이다.
아이는 연필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보드에 마카로 흩날리듯 쓰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지만, 그 "쉬운 방법"에 익숙해지면 연필을 쥐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일부러 효율성은 버리고 종이로 된 워크북을 구매했다. 

 

이렇게 학습을 하고나니, 지난 사흘간의 기록을 보면 평균적으로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한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는지, 혹은 훈련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던 건지, 그도 아니면 아이가 진정 원했던 것이 이런 1:1의 관심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는 단 한 번의 성을 내지 않고 즐겁게 웃으며 학습에 잘 따라오고 있다.

아이에게 관심을 줄 수록 아이가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참지 못하는 성격이 누그러졌다. 이것은 어린이집에서도 단 며칠 사이에 발견한 행동변화이다. 선생님이 "집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그렇게 아이를 지도해 달라."라고 하셨을 정도다.

 

아이는 여전히 자신이 모르는 표현일 때에는 '티비가 어허헝가잉 그랬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을 찰떡같이 듣고 "아, 이러이러했다고?" 하면서 액션을 취했지만,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의 언어 학습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표현을 들려주고 따라 하도록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영어를 구사할 때 외국인이 잘 못 알아듣는다는 반응이 없거나 교정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지 않은가. 아이라고 무작정 언젠가 영어든 한국어든 흡수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야말로 '방치'를 한 셈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답이 없는 긴 여정 같다.
때로는 막연한 불안감에 잠 못 이루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를 가장 잘 알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곁에 있는 부모 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니다. 최고의 교육 환경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것도 부모의 노력이겠지만, 그만큼 또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걷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도 아이와 마주 앉아 작은 성장을 일궈낸 모든 부모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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