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나 삽입 후 극심한 진통과 불편함을 겪고, 점검 과정에서 미레나 이탈을 확인해 CT 촬영과 수술을 앞두기까지의 실제 경험담을 정리했습니다. 미레나 통증이 비정상적으로 지속된다면 꼭 확인하세요.
셋째를 낳고 6개월이 되기 직전에 임플라논 시술을 했다. 임플라논은 첫째 출산 이후에도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시술 후 석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너무 잦은 하혈 때문에 뺐다.
어쩌면 모유수유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일년 반 가까이 하혈이 없었다. 그리고 또 일주일 간격으로 하혈을 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임플라논을 제거할 겸 다른 피임도구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부터 월경 양도 많았고 자궁이 물혹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라는 소견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으니, 그저 피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의 자궁에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비책의 방법으로 ’ 미레나‘를 삽입하기로 했다.
미레나 삽입에 관해 여러 글들을 봤다. 넣을 때도 아프고, 어떤 사람은 삽입 이후에도 며칠, 길게는 몇 달, 어쩌면 일 년이나 고통이 지속된다고 했다. ’그건 드문 케이스겠지….‘라며 일반적인 사람의 경험담과 후기에 귀를 더 기울였다.
# 1월 9일, 미레나 시술
시술 당일에는 교육을 위해 다른 간호사 선생님도 참관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했다.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며 훅 넣는 과정에 약간의 ’읍!‘ 소리가 나는 고통은 있었지만 시술은 금세 끝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온 직후부터는 약 사흘간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출산 직전에 느꼈던 진통을, 바로 그 위치 그대로 느끼는 기분도 들었고, 몸속 어딘가가 찌르는 기분이 드는데 그곳이 어디라고 표현하기가 무척 애매했다. 플라스틱이 몸 내부에 들어갔으니 그 거부반응이 그렇게 격한 건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견디기가 힘들었고 병원에 메세지를 남겨놨다. 이게 정상이냐고. 병원에서는 진통제를 복용하라고 했고, 너무 아프면 응급실에 가라고 했다. 누구나 다 아픈 진통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 같은 나 자신이 너무 참을성이 없어 보였다.
#2월 11일, 미레나 점검을 위한 office visit, 그리고 결심하다
결국 4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미레나를 삽입하고 4~6주 후에 닥터 오피스에 방문하기로 했었다.
매 주말이 시작되기 전이면 "빠른 시일내에 내가 꼭 빼고 말리라." 생각했지만, 주말이 지나면 "좀 더 버텨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만 지나면 생리량도 줄고 모든 것이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괄약근 쪽에 신경이 찌릿한 것은 없어지지 않았다. 처음보다 무뎌지긴 했지만 여전히 30분 이상 천천히 걷는 것도 어려웠다. 운동을 못하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식단 조절도 제대로 못했더니 몇 달 동안 열심히 감량했던 몸무게는 한 달 만에 늘어났다.
닥터 오피스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의료진은 나의 진통같은 복통 같은 고통이 normal한 상황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6개월이 지속되기도 하고 1년이 지속되기도 하지만, 그 고통이 어느 순간 싹 사라진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 고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잠깐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를 한 뒤 여러 고민을 했다.
미레나를 이번에 제거하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좀 더 견뎌보다가 포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록 보험 덕분에 비용이 안들었지만, 과연 이번에 빼고 다음에 한다고 하면 또 비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도 역시, 이 고통을 계속 기약없이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진통으로부터 벗어나서 홀가분해져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레나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미레나가 없다고?
맨 처음에 실을 찾던 의료진이 조명을 이리저리 비춰보고, 추가적으로 하나 더 비춰보면서 "내 눈이 좀 침침한가..."식의 말을 하더니, 다른 의사의 도움을 아무래도 요청해야겠다며 나갔다. 분명 뭐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아팠던 것 같은데, 그건 뭐죠?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아랫배에서 아이 낳을 때와 비슷한 진통이 느껴졌다.
의사가 와서 또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혹시 생리할 때 어떤 파트가 나온 거 못봤어?"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난리가 났다.
아이를 미국에서 둘을 낳을 때에도 막달 진통이 너무 심했을 때 한 번을 제외하고는 초음파를 당일날 검사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다른 방에 있던 초음파 의료진도 함께 와서 자궁 이곳저곳을 살폈다. "이게 미레나인가?",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에 나서더니, 초반에 만났던 의료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x-ray를 찍어야 할 것 같아.
베스트 시나리오는, 네가 모르는 사이에 생리나 생리혈로 함께 빠져나오는 거야.
나쁜 시나리오는,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야. 그때에는 아마 복강경 수술 같은 걸 해야 할 거야.."
#X-ray 촬영으로 확인된 미레나 위치
미국에서 엑스레이를 찍는 게 바로바로 가능했던 건, 아이의 손이 어딘가 꼈을 때 응급한 경우로 확인하기 위해서 소아과 선생님의 레퍼럴을 받아 병원 건물 안에 있는 영상의학과를 찾았을 때나 가능했다. 엑스레이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겠다만, 미국은 한국보다도 의사를 만나서 건너 건너 추천을 받아야 진료 과정이 이뤄지는 일이 많았고, 보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한다고 찍을 수도 없었다. 심지어, 둘째 아이는 태어난 후 8개월이 지났을 때 손바닥에 뼈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서 검사를 요청했는데,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피부과 의사 선생님을 연결, 소아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소아 정형외과 선생님을 연결, 그리고 선생님의 소견을 들은 후 "다음에 더 지켜봅시다."라는 식으로만 끝났을 뿐이었는데, 이 과정만 하더라도 한 달 정도 걸렸다.
그런데 엑스레이 촬영을 진료 바로 다음날 오전 시간에 예약하고 진행했다! (엄청난 속도!!)
아마 결과는 하루가 끝날 무렵에나 닥터 오피스를 통해서 전달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미레나는 골반 어딘가에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비스듬히 각도를 틀어서 있다고...
#CT 촬영 과정과 예약 우여곡절
닥터 오피스에서는 엑스레이는 평면적이라 정확한 미레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CT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CT촬영은 추천을 받더라도 좀처럼 자리가 나질 않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다니던 병원은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의 오스틴 남쪽 지역 지점의 부인과 전문 시설이었는데 -마치 고대병원이 서울/안산 이런 식으로 있듯-, 그 병원의 다른 분점을 통틀어 CT 촬영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는 3월 첫째 주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은, 우리의 현재 보험이 2월에 만료될 예정이라는 점이었다. 새 보험은 4월에나 활성화될지도 모를 판이라, 수술까지 2월 안에 진행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태껏 한 달 동안 잘 버텼으니, 아무래도 새 보험이 활성화되고 4월까지 버틴 뒤에 그때부터 다시 이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계된 병원들이 모두 빠르게 예약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닥터 오피스에 상황을 알렸다. 닥터 오피스에서는 다른 기관을 컨택해 주었다. 이 모든 과정이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다.
CT촬영을 위해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하던 도중에 가장 빨리 잡아둔 2월 17일 자 예약을, 리셉셔니스트가 내 말을 잘못 이해하고 무작정 지워버렸다. 그다음에 "2월 20일에나 가능해."라고 하지 않은가. 그렇게 세 명의 리셉셔니스트가 지나갈 무렵에, "내가 다른 지점을 한 번 더 찾아봐줄게." 하더니 기적적으로 엑스레이 촬영 다음날 오전과 오후 하나씩 남은 것을 발견해 냈다.
결국 아주 운이 좋게도 다음날 날짜 오전에 CT 촬영을 예약했다.
#CT촬영 과정
촬영하기 4시간 전부터는 음식은 금식이고, 투명한 용액만 마셔야 한다고 했다. 아침 9시 예약이었기 때문에 잠을 잔 다음부터 CT를 찍기 전까지 공복으로 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예약한 곳에 가서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듣고, 의료진이 주는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브라에 금속이 있으므로 벗어야 했고, 옷들은 사물함에 넣어 보관했다.
주사로 무언가를 넣고-그게 아마 '조영제'라는 것이겠지- 코에 잠시 쇳냄새 같은 약물향이 스쳐 지나갔다. 그다음에는 물 한 컵을 모두 마시라고 했다. 물에 뭔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의료진은 "촬영하는 도중에 소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도 다른 분들이 그러더라. 하지만 그건 느낌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솔직히 CT촬영 중에 그러한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숨을 멈춰.", "이제 호흡해." 하는 기계 안내 소리를 들으며, 세워둔 도넛 같은 곳을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촬영이 오래 걸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전신 스캔은 아니라서 그런지 촬영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촬영 이후 10분 정도 앉아있다가 가라는 말에 앉아있었는데, CT를 촬영하던 의료진이 와서 내게 몇 가지를 물었다.
"어디가 아프니?", "언제부터 아팠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상황을 설명하고 나니, 촬영은 금요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결과는 아마 주말이 지나고 비즈니스 데이 3일 내로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왜 저런 질문을 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수술할 의사와의 예약
집에 돌아와서 닥터 오피스에 CT스캔을 마치고 왔다고 알려줬다.
이어 수술할 의사 쪽 오피스에서 연락이 왔고, 온라인으로 수술을 위한 페이퍼 워크를 작성했다. 놀라웠던 건 수술이 바로 다음 주 수요일에 잡혔다는 것.(심지어 주말이 지난 월요일은 공휴일이었다.)
CT촬영 결과도 안 나왔는데, 어떤 부위를 어떻게 수술할 것인지 안내도 안 하고 일단 예약부터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뿐이었다. 그만큼 모든 것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재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빨리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 건-그것도 의료에서- 처음이었다.
수술은 전신마취로 40분~45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역시 미국 답게 수술하자마자 퇴원을 해야 한단다.
#CT 결과 | 미레나 이탈과 나팔관 변화 소견
주말 오후인데 닥터 오피스에서 CT 결과를 포털에 상세히 게시해 주었다.
1. 미레나는 정상 자궁 위치가 아님: 자궁 안 정상 위치가 아니라, 뒤쪽 벽과 오른쪽 나팔관 입구에 닿아있음
2. 오른쪽 나팔관에 변화가 있음: 오른쪽 나팔관에 경미한 수준으로 물이 차 있음.
이제 수술만 앞두고 있다.
수술 당일에도 세 아이들을 라이드 해야 하는데, 수술이 1시에 잡혀서 오후부터는 남편이 바쁘게 되었다. (우리는 주변에 친척이나 친구가 없으므로 아이를 낳을 때에도, 이런 순간에도 부부가 어떻게든 잘 조율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신마취라는 상황 자체가 조금 께름칙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덕분에 여기까지 재빠르게 진행되었다. 만약 제거하지 않고 좀 더 버티겠다고 했다간 계속 고통을 참으며 언젠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기만 했을 테니, 이 상황이 어떻게 더 진행되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병원에서 발 빠르게 일정을 조율해 준 덕분에, 진료 이후로 단 며칠 만에 x-ray촬영과 CT촬영까지 해낼 수 있었다.
웃픈 말이지만 이 계기 덕분에 CT촬영 결과에서 위를 비롯한 각종 장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견까지도 받았다.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곧 40을 바라보는 내 입장으로는 수술은 싫지만 '오히려 좋아' 상황 아닌가??? 하하.)
미레나 설치 후에 극심한 진통이 느껴진다면, 자기 자신의 의지력을 의심하지 말고 꼭 닥터 오피스에 가서 확인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나머지 이야기는 수술 후에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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