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행복을 풀다’ 책을 읽으니 여러 생각이 들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 날의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저자는 그렇게도 ‘그만 생각하라’라고 말했건만…)


어린시절에 숙제로서 시작된 일기쓰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떤 날들의 일기에는 ‘해야 할 일, 그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격려하는 메세지’로 가득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썼던 일기장에는 가장 가까웠던 친구에게도 쉽게 터놓을 수 없는(터놓아도 힘내라는 말 외에는 해결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깊은 절망감과 외로움을 적어놓았던 것 같다. 동시에 그 부정적인 마음에서 오랫동안 머물지 않으려고 멀게 느껴지는 20대, 30대의 미래를 상상하며 희망이 가득한 글을 썼다. 그 미래는 주로 ‘남들이 최고로 여기는 것, 좋다고 하는 것’들이었고, ‘남들이 봤을 때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하는 관점에 늘 머물러 있었다.
이런 일기는 30대 초반까지도 이어졌다. 한국에서 3D공부를 하고 취업을 해낼 줄 알았지만 마지막 면접에 다다랐을 때 두번’이나 아이가 있는 사람은 채용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을만큼 충격으로 남았다. 미국에 와서도 그 어중간한 미련은 계속되어 ‘나중에 이런 모습으로 취업되었다는 것을 해내보여야지’라는 마음으로 3D를 잡고 놓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놓아야 할 때마다는 ‘그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고, 좌절이 몇 번 반복되었을 때에는 ‘나의 가치는 뭘까, 내가 어디에서부터 제대로 해오질 못한걸까’를 생각하며 나를 되돌아보며 극한의 우울감에 빠졌던 것 같다. 놀랍게도 이건 5년 채 되지도 않은 얘기다.

그 즈음부터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또다른 부정적인 생각을 물어왔고 그 생각들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런 우울한 생각이나 감정은 아홉살, 열살 무렵부터 시작되었는데, 10대 무렵에는 1년이나 6개월 단위로 ‘찾아왔다’. 그러다 3개월 단위로 ‘찾아오더니’, 30대에 들어서서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매일같이 그 분위기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외부와 단절되기 시작된 즈음에 온라인과 모바일로 상담을 하는 서비스가 생겼는데, 용기를 내어 한 시간 상담을 했던 날 상담사는 너무 가볍게 나의 고민을 두고 ‘그건 어쩔 수 없죠’라며 대답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담사는 최선의 말을 해줬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 대답에 분노하는 마음도 들었고, 내가 굉장히 큰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제대로 해내질 못했던 지난 날의 내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았는데, 그 시점 전후로 나사가 하나 핑하고 떨어져 나간것처럼 뭔가가 달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의 변화가 모든 감각으로 느껴졌다. 그 다음부턴 하루가 소중해졌다.
하루든 뭐든 더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게 되었을 때부터는 그냥 해가 뜨는 순간이 기다려졌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아쉬웠다. 체력이 더 늘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운동도 했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면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온전히 나 자신만 이 세상에 가득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계속 하게 되었다.

조그맣던 꼬맹이 아들이 청소년이 되었는데 굉장히 개인적인 고민을 서슴지 않고 터놓을 수 있는 엄마는 된 것 같다.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되었고, 남들보다 좀 더 있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슬림한 몸매는 가져본 적 없지만 운동으로 긍정적인 마음과 좋은 컨디션을 찾는 방법은 알게 되었다.(운동은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여전히 도전 과제다.)

요즘의 일기에도 가끔은 답답한 마음이나 풀리지 않는 고민을 적어가면서 결론에 다다를 때가 있지만, 부정적인 마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아직도 내 쓸모나 가치는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고, 어렸을 적에 ‘빛나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왔지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행복인 것 같다.

10대, 20대는 흘러갔고, 30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나가는 세월 속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잘 지내며, 시끌벅적한 현재보다 점점 조용해질 미래를 대비해서 잘 살아가는 법을 오늘도 익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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