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전 기록들을 티스토리에 옮겨오다 보니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기도 하고, 미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 가져왔던 2017-2018년 글들은 미국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것도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경험했던 일들이었다.
그 당시는 미국생활을 막 시작한 때였다. 친척이나 지인도 없고, 유학생활도 없었던 때라 모든 것들이 새롭기도 했고 동시에 잘 몰라서 돈으로 경험을 사듯 비용을 지불해야했던 경우가 많았다. credit 점수가 없어서 craiglist에서 사람이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막 구매했던 중고차는 알고 보니 그 중고차의 바퀴 네 개가 모두 달랐다. 그러다 아등바등 저렴하게 사를 구매했는데, 그 새 차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생겼던 상대방의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나면서 전손처리를 해야 했다. 또 교통사고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고 보니 누락된었던 자동차 보험의 어떤 부분들로 인해 엄청난 ER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일들은 끊임없이 벌어졌지만 희한하게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희망과, 지금까지도 무용담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만큼 삶의 즐거움은 계속되었다.
첫째 아이의 학교생활도 그랬다. 미국 교육에 대해 경험이 없던 부모라, 아이와 함께 모든 상황을 부딪쳐가며 알아가야 하는 것 투성이었다. 지금조차도 중학생 아이의 교육에 관련된 것들은 나의 학창 시절과 달라서 어떤 부분들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첫째의 경험 덕분에 아직 한참 어린 아랫 동생들은 어떤 식으로 학교를 준비해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게 된 것들이 참 많다.
첫째 아이의 학교에 관한 무용담은 다 적지 못해서 아쉬울 정도로 너무 많다. 그 많은 일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아무래도 아이가 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의 날들이다. 그 일들과 관련한 기록들을 예전에 썼고, 그 글을 최근에 이 티스토리로 옮겨왔다. 링크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myuslifejournal.tistory.com/21
미국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08/31/2017)
안녕하세요,저희 아이는 학교에 들어간 지 2주만에 그만두고 사립 초등학교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 어쩌면 이 나라 문화에서는 당연할 만한 것들이 저희 가족에게는 못마
myuslifejournal.tistory.com
링크를 타고 글을 읽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대충 요약하자면, 공립 초등학교 K(kindergarten) 학년에 막 입학을 했을 때, 무슨 일인지 처음 이틀정도를 제외하고는 일주일 가량 담임 선생님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다 2주 차가 지나가던 날 즈음인지 아이가 새 주간이 시작되기 직전날 밤 아이가 울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 것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엄마, 점심 도시락으로 된장찌개 싸주면 안 돼?"라고 말을 꺼냈던 아이는, 된장찌개 비주얼이나 냄새를 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도망간다고, 자신의 밥을 뺏어가거나 때리지 않는다며 훌쩍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가, 아이를 학교 앞에 데려다줄 때 괴롭히는 아이가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 아이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몇 명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괴롭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서너 명이 모여서 괴롭히고 점심을 뺏어갔다고 하더라도 고작 다섯 살 꼬맹이들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도 꼬맹이었고 나는 내 아이를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부모였다.
쪼그마한 다섯 살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은 방향은 찾을 수 있을지라도, 학교에서 이런 일들을 단순히 아이들끼리 포옹을 통해 "사랑해요"로서 쉬쉬하며 덫으로 했던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공론화시키며 해결해야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 환경으로부터 아이를 벗어나게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아이를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기로 했다. 아이를 학교에서 withdrawal을 해야겠다며 오피스에 찾아갔던 날, 오피스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그 말에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첫 학교를 떠났다. 그 이후로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났지만, 일단 시작은 그랬다.
미국생활 10년 차가 되니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물론이고, 나 자신이 느꼈을 때에도 나는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을 때 내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아이가 계속 학교를 다닐 수는 있을까. 이렇게 얘기해 봤자 미국문화를 모르는 이방인들이라며 바보취급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아이가 불편하고 힘든 환경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게 하자는 마음이 컸지만, 어찌 보면 우리 부부에게는 '더 편한' 방법을 택한 셈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라면 저런 일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결할까.
1. 모든 사건 정황을 취합해서 문서화시킨다.
당시에 화해를 시켰던 sub 선생님은 누구인지, 아이를 괴롭혔던 아이들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그들이 행동했는지를 간략하고 상세하게 정리해 놓는다.
2. 담임 선생님과 sub 선생님, 교장선생님 등을 cc 해서 정리한 것을 이메일로 보낸다.
이메일을 이용하는 이유는 문서로 남기고, 학교의 대응을 follow up 하기 위함이다. 말로써 주고받는 것은 남지 않는다.
3. 시간을 들여 해결을 하려 나서기로 한다면, 부모로서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선다.(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이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학교에 봉사활동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부모가 더 학교 생활에 참여한다. 아이를 지켜보는 나름의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학교에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만든다.
4. 아이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지만 감정적으로 단정 짓고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사립학교 선택이 감정적인 결과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의 말만 믿으면 안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말만 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어차피 모두 다르고 개인마다 입장이 다르므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잘 조율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해결해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나 이웃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공손하고 정중하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부모로서 화가 났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언성을 높이고,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만 나가려 한다면 그 결과는 파국 외에는 남는 게 없다. 만약 해결과정에서 화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 같다면 차라리 서로에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말고 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어떠한 부모라도 평정심을 잃기 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인지를 떠올리며, 이성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미국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그런 식인 것 같다. 사람 일은 늘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하나씩 사실여부를 검증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미국 사회에서 자라지 않은 이방인, 이민자의 삶의 방식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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